초등학생 같은 너무 작은 체격에 실력마저 없어서 선배들의 심부름이
나 하고 있는 타마가와 고교 야구부 1학년 노나카 유타카는 비록 후
보 선수지만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소
년이다. 유타카에게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폼을 똑같이 흉내 내는 특기
가 있는데 비단 프로야구 선수에게만 그 특기가 한정되는 것이 아니
라 어떤 선수라도 그 폼을 한번 보고 일주일정도 거울을 보며 연습하
면 똑같이 재현해내는 천재적인 재주가 있다. 하지만 폼만 똑같을 뿐
실력까지 따라할 수는 없기에 유타카의 이 비상한 재주는 선배부원들
의 스트레스 해소나 장기자랑 시간의 메뉴로 이용되는 특기일 뿐이
다. 타마가와 고교 야구부에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한 키미지마 감독
은 자신의 환영식에서 야구부 선배들부터 노모, 키요하라, 오치아이
등 유명 프로선수를 비롯해 현역시절 자신의 폼마저 똑같이 재현하는
유타카를 보고 유타카의 재능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단번에 파악한
다. 유타카의 재능에 흥미가 생긴 키미지마 감독은 센조쿠 고등학교와
의 연습시합에서 만년 후보였던 유타카를 투수로 기용하는 과감한 용
병술을 구사하고 주위 사람들은 물론 본인인 유타카마저 납득하지 못
하고 있을 때, 아주 약간의 자세 교정과 공을 던지는 법에 대한 간단
한 어드바이스만으로 유타카에게 노모의 폼만이 아니라 노모의 강속구
까지 끌어낸다.
작가의 말
카제히카루(風光る:원제)는 겨울의 추위도 어느덧 물러간 맑은 날,
바람이 눈부시게 불어오는 봄의 정경을 가리키는 하이쿠의 한 구절입
니다.
그 무렵이면 뭔가 새로이 시작되고, 태어나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?
카와 선생님과 함께 그런 예감을 노나카 유타카에게 투영해보고자 생
각합니다.